♤ [第74作] 집을 에워싸고 울던 풀벌레 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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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2,075회 입력 기사입력 : 21-06-17 00:01본문
집을 에워싸고 울던 풀벌레도 자고
마지막 개까지 재워놓고
발자죽 소리 조심조심 머리에 이고 나갑니다.
뒷산에 소쩍새야
제 아무리 칼칼하게 울어도 상관없네요.
무서운 우리 오빠 소쩍새 울음소리에는
문도 아니 열어 본답니다.
가자, 우리세계로~ 야호,
처녀, 총각들 길 다 덮고 구름가듯 갑니다.
하늘엔 달빛도 고요한 밤
녹전덕 서숙 밭고랑 타 넘어, 타 넘어 갑니다.
부초같은 서숙 밭고랑이 고무줄 생각에
넘고 넘고 재미있어 하하하 웃다가, 숨죽여 웃습니다.
밤 늦도록 내린 이슬에 내 긴 치마 다 젖어
철석철석 달라 붙어도 우습기만 하던 밤
물 잡아 놓은 다락지 논엔 개구리 캄캄하게 울고
돌다리 건너다 고무신 물 든 소리에 동네 개 뒤눕는데
신 벗어 들고 소똥,개똥 밟고도 문치방 위에 발 얹혀 놓고
한 옴큼만 자자는데
모기들은 왠 성화던고...
- 오태식 고모님 遺作 中 -
※ 추신 : 편집인의 고모님인 오태식(1947~2015, 해주)은 삼국유사면 학암리(신비의 소나무 동네)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경산시 하양읍에 사는 경주 김씨와 결혼하여 슬하에 2남을 두었다.
비록 가난한 살림에 삶은 고단하였으나 감성이 풍부하고 늘 소녀같은 여린 심성으로 고향을 그리는 시를 읊조리기를 좋아하셨다.
그 많은 글 중에 남아있는 79편을 사촌(아들)의 동의를 구해 군위넷에 소개하고자 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