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[第9作] 도토라지야, 너도... 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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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2,975회 입력 기사입력 : 21-04-14 23:5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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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토라지야, 너도 나처럼 자리를 잘못 잡았구나.


긴 여름 불빛에 달구어진 돌무데기 위에서


말라 죽어가는 너를 보자니 너무 애처롭다.


그런데 가을 어느 날 너는 죽지 않고, 온 몸에 씨앗을


마음껏 달고 의기양양하게 서 있는 것을 보고


내 삶이 부끄럽구나.


그런데 도토라지야 물어보자.


너에 빨간 몸뚱아리는 그 여름 불빛에 딘 흔적이고


화기로 잉태한 씨앗이 요렇게도 빨갛더냐?


다홍색 곱게 입은 것은 알겠네.


가버린 청춘이 너무 분해서


남 먼저 곱게 입고 가을을 기다리는 게지


- 오태식 고모님 遺作 中 -


※ 추신 : 편집인의 고모님인 오태식(1947~2015, 해주)은 삼국유사면 학암리(신비의 소나무 동네)에서 태어나 유년 시절을 보냈으며 경산시 하양읍에 사는 경주 김씨와 결혼하여 슬하에 2남을 두었다.


비록 가난한 살림에 삶은 고단하였으나 감성이 풍부하고 늘 소녀같은 여린 심성으로 고향을 그리는 시를 읊조리기를 좋아하셨다. 


그 많은 글 중에 남아있는 79편을 사촌(아들)의 동의를 구해 군위넷에 소개하고자 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