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축의금 만삼천원 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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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2,613회 입력 기사입력 : 21-01-20 09:1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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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0년 전 나의 결혼식 날이었다

결혼식이 다 끝나도록 친구 형주가 보이지 않았다  


'이럴리가 없는데... 정말 이럴리가 없는데...'  


바로 그때 형주 아내가 토막 숨을 몰아쉬며

예식장 계단을 급히 올라왔다  


"고속도로가 너무 막혀서 여덟시간이 넘게 걸렸어요.

어쩌나, 예식이 다 끝나버렸네..."  


숨을 몰아쉬는 친구 아내의 이마에는

송골송골 땀방울이 맺혀 있었다  


"석민이 아빠는 못 왔어요. 죄송해요...

대신 석민이 아빠가 이 편지 전해드리라고 했어요"

친구 아내는 말도 맺기 전에 눈물부터 글썽였다  


엄마의 낡은 외투를 뒤집어쓴 채

등 뒤의 아가는 곤히 잠들어 있었다  


『 철환아, 형주다 

나 대신 아내가 간다  


가난한 내 아내의 눈동자에 내 모습도 함께 담아 보낸다

하루 벌어 하루를 먹고사는

리어카 사과 장사이기에 이 좋은 날,

너와 함께 할 수 없음을 용서해다오  


사과를 팔지 않으면 석민이가 오늘 밤 굶어야 한다

어제는 아침부터 밤 12시까지 사과를 팔았다

온종일 추위와 싸운 돈이 만 삼천원이다  


하지만 힘들다고 생각은 들지 않는다

아지랑이 몽기몽기 피어오르던 날

흙 속을 뚫고 나오는 푸른 새싹을 바라보며

너와 함께 희망을 노래했던 시절이 내겐 있으니까  


나 지금, 눈물을 글썽이며 이 글을 쓰고 있지만

마음만은 기쁘다  


'철환이 장가간다... 철환이 장가간다... 너무 기쁘다'  


아내 손에 사과 한 봉지를 들려 보낸다  


지난 밤 노란 백열등 아래서

제일로 예쁜 놈들만 골라냈다

신혼여행 가서 먹어라  


친구여, 오늘은 너의 날이다

나는 언제나 너와 함께 있다  

 

이 좋은 날 너와 함께 할 수 없음을

마음 아파해다오  


- 해남에서 친구가 -


사족 : 누구나 부조를 할때 금액때문에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것입니다.

부조는 도와 준다는 의미이므로 금전적인 도움을 떠나 마음으로 축하하고 위로해 주는

도움이 더욱 값질때도 있습니다. 이제는 금액때문에 고민하지 마세요.^^