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소면 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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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2,826회 입력 기사입력 : 20-11-18 09:24본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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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은 소면을 삶고
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
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
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
이사 오기 전부터 이 집에 있어 온
오래된 나무 아래서
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
포개 놓은 뒤 당신은
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
잠시 눈을 감았다.
그렇게 잠깐일 것이다.
잠시 후면,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.
열흘 전 내린 삼월의 눈처럼
봄날의 번개처럼
물 위에 이는 꽃과 바람처럼
이곳에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
우리는 부재하리라.
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
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
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
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면
나 혼자 혹은 당신 혼자
이 나무 아래 빈 의자 앞에 늦도록
앉아 있으리라.
이것이 그것인가 이것이 전부인가.
이제 막 꽃을 피운
늙은 살구나무 아래서 우리는
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.
이상하지 않은가 단 하나의
육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, 아니
두 육체에 서로 나뉘어 존재한다는 것이
우리는 어디로 가는가.
영원한 휴식인가 아니면
잠깐의 휴식이 지난 후의 재회인가.
이 영원 속에서 죽음은 누락된 작은 기억일 뿐
나는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.
경이로워하는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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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녁의 환한 살구나무 아래서
- 류시화 시인의 소면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