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푸른밤 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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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2,549회 입력 기사입력 : 20-11-08 11: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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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에게로 가지 않으려고 미친 듯 걸었던 

그 무수한 길도 

실은 네게로 향한 것이었다

 

까마득한 밤길을 혼자 걸었을 때에도 

내 응시에 날아간 별은 

네 머리 위에서 반짝였을 것이고 

 

내 한숨과 입김에 꽃들은 

네게로 몸을 기울여 흔들렸을 것이다

 

사랑에서 치욕으로,

다시 치욕에서 사랑으로,

하루에도 몇 번씩 네게로 드리웠던 두레박 

 

그러나 매양 퍼 올린 것은 

수만 갈래의 길이었을 따름이다 

 

은하수의 한 별이 또 하나의 별을 찾아가는 

그 수만의 길을 나는 걷고 있는 것이다

  

나의 생에는 

모든 지름길을 돌아서 

네게로 난 단 하나의 에움길이었다 

 

- 나희덕, 푸른 밤 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