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천원짜리 동동주 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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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784회 입력 기사입력 : 23-03-31 11:59본문
우리집은 관광지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.
어느 날 점심 시간 무렵이었다.
등산복 차림의 아저씨 한 분이 들어오더니
어머니에게 쭈뼛쭈뼛 말을 건넸다.
"아주머니, 혹시 이 근처에 천 원짜리 동동주 파는 곳 없습니까?
목이 마른데 아무데도 동동주 천 원어치를 파는 곳이 없네요.
제가 돈이 별로 없어서요."
그러자 평소 마음이 넉넉하신 어머니는
"아, 그러면 이리 오세요" 하면서
큰 대접에 동동주를 가득 따라 주셨다
."아주머니, 저 돈이 딱 천 원밖에 없는데
이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?"
"아, 목은 적셔야 할 것 아니에요."
아저씨가 미안해하자 어머니는 웃으며 괜찮다고 하셨다.
그런데 그 아저씨가 잘 마셨다는 얘기를 하곤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
우연히 보니, 분명 돈이 없다고 했는데 지갑 안에 지폐가 여러 장
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.
그런데도 아저씨는 그 속에서 천 원짜리 한 장만 달랑
꺼내어 어머니에게 건네주곤 가버렸다.
속으로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어머니는
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.
그런데 이십 분쯤 지났을 때였다.
어디선가 등산복 차림을 한 이십여 명의 아저씨들이
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르르 가게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.
"여기가 천 원짜리 동동주를 파는 집 맞습니까?"
"요즘처럼 각박한 때 정이 넘치는 아주머니가 있다고 하길래
오늘 이 집 매상 좀 올려 주려고 왔습니다."
얘기를 들어 보니 조금 전의 그 아저씨가 어머니 얘기를 해주며
손님들을 모두 우리집으로 데리고 온 거였다.
덕분에 그날 우리집은 모처럼 매상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.
만약 그날 어머니가 그 아저씨의 지갑에 돈이 많은 것을 보고
화를 냈거나 돈을 더 받으려고 했다면 아마
그런 행운은 없었을 것이다.
- 유해경 님 / 전북 김제군 금산면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