♧ 12월의 시 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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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2,313회 입력 기사입력 : 19-12-28 08:4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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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2월의 시

이해인


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

한탄하여 우울해 하기보다는

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

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나게 해주십시요


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

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

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

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

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


이제 또 살아야지요

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

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


나에게 마음 담아 걸었던

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

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


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

제가 올해도 밉지만

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


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

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나를 용서하면

그 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

이런 행복들까지도 미루고 사는

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


보고 듣고 말할 것

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

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

눈을 순결하게

마음은 맑게 지나도록

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

계속하게 해주십시오


12월엔 묵은 달력 떼어내고

새 달력을 준비하며

조용히 말하렵니다


가라 옛날이여

오라 새날이여

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

고마운? 시간들이여