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붉은 꽃 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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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1,494회 입력 기사입력 : 23-02-11 20:3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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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짓말할 때 코를 문지르는 사람이 있다

난생처음 키스를 하고 난 뒤 딸꾹질하는 여학생도 있다

비언어적 누설이다


겹겹 밀봉해도 새어나오는 김치 냄새처럼 

숨기려야 숨길 수 없는 것, 몸이 흘리는 말이다


누이가 쑤셔박은 농짝 뒤 어둠, 

이사할 때 끌려나온 무명천에 핀 검붉은 꽃

몽정한 아들 팬티를 쪼그리고 앉아 

손빨래하는 어머니의 차가운 손등


개꼬리는 맹렬히 흔들리고 있다


핏빛 노을 밭에서 흔들리는 수크령


대지가 흘리는 비언어적 누설이다


- 시집 『그 겨울 나는 북벽에서 살았다』 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