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11월에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♤

페이지 정보

작성자 군위넷 댓글 댓글 0건 조회조회 1,134회 입력 기사입력 : 22-11-01 10:24

본문

a0495bcb702a08aa183d69edce9568f6_1667265860_42.jpg
 

말을 하기보다 말을 쓰고 싶습니다. 

생각의 연필을 깎으며 마음의 노트를 펼치고 

웃음보다 눈물이 많은 고백일지라도 

가늘게 흔들리는 촛불 하나 켜 놓고 

등 뒤에 선 그림자에게 진실하고 싶습니다.


피었을 땐 몰랐던 향긋한 꽃내음이 

계절이 가고 나면 다시 그리워지고 

여름 숲 지저귀던 새들의 노랫소리가 

어디론가 떠나고 흔적 없을 때 

11월은 사람을 한없이 쓸쓸하게 만듭니다.


그러나 바람결에 춤추던 무성한 나뭇잎은 떠나도 

홀로 깊은 사색에 잠긴 듯 

낙엽의 무덤가에 비석처럼 서 있는 

저 빈 나무를 누가 남루하다고 말하겠는지요. 

다 떠나보낸 갈색 표정이 

누구를 원망이나 할 줄 알까요.


발이 저리도록 걷고 걸어도 제자리였을 때 

신발 끈을 고쳐 신으며 나는 누구를 원망했을까요. 

그 길에서 하늘을 보고 땅을 짚고 

몸을 일으켜 세우며 나는 또 누구를 원망했을까요. 

하늘을, 세상을, 아니면 당신을 


비록 흡족치 못한 수확일지라도 

그 누구를 원망하지 말 것을 

자신을 너무 탓하지 말 것을 

한 줄 한 줄 강물 같은 이야기를 쓰며 

11월엔 한그루 무소유의 가벼움이고 싶습니다.


- 이채 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