♤ 축의금 만삼천원 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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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0건 작성일 21-01-20 09:15본문
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
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가 보이지 않았다
'이럴리가 없는데...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...'
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
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
"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시간이 넘게 걸렸어요.
어쩌나,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..."
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
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
"석민이 아빠는 못 왔어요. 죄송해요...
대신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드리라고 했어요"
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
엄마의 낡은 외투를 뒤집어쓴 채
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
『 철환아, 형주다
나 대신 아내가 간다
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
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
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,
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
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
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
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
하지만 힘들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
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
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
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으니까
나 지금,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
마음만은 기쁘다
'철환이 장가간다... 철환이 장가간다... 너무 기쁘다'
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
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
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
신혼여행 가서 먹어라
친구여, 오늘은 너의 날이다
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
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
마음 아파해다오
- 해남에서 친구가 -
사족 : 누구나 부조를 할때 금액때문에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것입니다.
부조는 도와 준다는 의미이므로 금전적인 도움을 떠나 마음으로 축하하고 위로해 주는
도움이 더욱 값질때도 있습니다. 이제는 금액때문에 고민하지 마세요.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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